1페이지 보고서의 허상과 지향점

 1페이지(원페이지) 보고서, 듣기에는 보고서를 작성하는 사람이나 보고를 받는 사람이나 모두에게 해피한 그런 이상적인 모습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도 정말 간단하게 작성한 한 장의 보고서로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고, 의사결정 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효율적인 방법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직장생활을 하시는 분이라면, 또 보고서 작성을 주 업무로 수행하시는 분이라면 코웃음이 나올만한 구호라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1페이지 보고서의 허상과, 그럼에도 1페이지 보고서를 추구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1페이지 보고서의 허상과 지향점
1페이지 보고서의 허상과 지향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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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페이지 보고서의 허상

 많은 직장인들이 보고서 작성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직무와 상관없이 모든 직원들은 보고서 작성을 피할 수 없는 업무 중 하나로 인식하고 잇는데요. '사람인'에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들의 약 80%는 보고서 작성이 어렵다고 답했으며, 65%는 부족한 업무 시간과 마감 기한으로 인하여 보고서 작성에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합니다.

 기업들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고서 작성 효율을 높이는 방법을 지속적으로 모색해 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1페이지 보고서' 캠페인과 같이 보고서 분량을 줄이는 노력이 크게 유행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들이 실제로 효과적이었는지, 그리고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제가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도 파워포인트를 사용하지 않거나, 보고서를 1페이지만으로 작성하는 등의 내부 규칙을 만들어 효율성을 높이려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잘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억지로 1페이지 안에 내용을 넣다 보니, 참고 자료가 수십 페이지가 되거나, 설명이 부족해 구두 보고 시간이 길어지는 등 부정적인 영향이 있었습니다. 결국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면서 규칙은 점점 잊혔고, 보고서 분량은 다시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왜 1페이지 보고가 어려운 것일까?

 예를 들어, 가족 외식을 하기 위해 부모님의 의견을 묻는 상황을 상상해 보겠습니다.
 집 근처 식당을 선택하는 경우, 간단한 메뉴와 위치 정보만으로도 쉽게 식당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주변 식당에 대한 대략적인 정보를 부모님께서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굳이 상세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더라도 결정하는데 큰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나 해외여행 중에 식당을 선택하는 상황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어떤 요리가 맛있는지, 주요 메뉴는 무엇인지, 식당은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어떻게 가야 하는지 등의 정보가 필요합니다. 또한 주문 방법과 결제 방법도 미리 알아두어야 합니다. 이렇게 복잡한 상황에서는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고 이해한 뒤에야 선택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즉, 상황에 따라서 결정을 내리기 위해 필요한 정보의 양과 내용이 달라진다는 의미입니다.

 회사에서의 보고도 위의 상황과 비슷합니다.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사람이 해당 사안에 대해 충분한 이해를 가지고 있다면, 핵심 내용만을 간결하게 보고하여 빠른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회사의 규모나 의사 결정권자의 직급에 따라 이러한 이해 수준의 차이가 발생하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회사에서는 실무자와 의사결정자 간에 이해도 차이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규모가 크면 클수록, 의사결정자의 직급이 높을수록 그 격차가 더 커지게 됩니다.

 게다가 보고서를 작성해서 보고해야 하는 사안이라는 것은, 이슈에 대한 해결이 필요한 상황이나 인력/비용 등이 투자되는 중요한 의사결정이 필요한 사안이라는 것인데요. 이 경우에는 의사결정자도 배경이나 현재 상황, 그리고 투자대비 효익 등에 대해서 충분히 검토하고 숙고하기를 바랄 것입니다. 그렇기에 의사결정자는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서라도 많은 정보를 듣고 이해하며, 발생가능한 리스크들을 모두 헷징 하기를 바라며 이것저것 많은 질문들을 쏟아내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실무자 입장에서는 성공적인 보고를 위해 가능한 모든 정보를 포함하여 보고서를 작성하려고 노력하게 됩니다. 이는 의사결정자가 추가적인 질문을 제기하지 않도록 하고, 원하는 방향으로 결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결과적으로 한 페이지 보고서는 불가능하며, 본문 내용이 늘어나거나 다수의 별첨 자료를 첨부하는 등의 방법을 활용하게 될 것입니다.


1페이지 보고서를 추구해야 하는 이유

 이렇게 현실적으로 1페이지 보고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1페이지 보고서를 추구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이유는 바로 1페이지 보고를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1) 커뮤니케이션 활성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1페이지 보고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의사결정자가 사안에 대해 충분한 이해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실무자 입장에서는 사안에 대한 현황이나 이슈들을 수시로 업데이트할 필요가 있습니다.

 보고의 형식이 될 수도 있고, 구두로 전달하는 방식 또는 협업 툴을 활용해서 이력을 수시로 업데이트하는 등의 커뮤니케이션이 빈번하게 이루어져야 하는 것입니다. 이 과정 자체만으로도 의사결정자와 실무자 간에 커뮤니케이션 장벽이 낮아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2) 불필요한 보고서 감소

 회사가 1페이지 보고를 추구한다는 것은, 보고를 통해 발생하는 업무 비효율을 최소화하고 싶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요식행위처럼 이루어지는 보고서 작성이 감소하게 되고, 보고서 없이 구두 보고나 메일 보고로 간소화되는 경우도 많아집니다.

 또한 보고서를 작성하게 되더라도, 최대한 요약/압축하기 때문에 단순/반복적인 문서작업도 줄어들게 되는 것입니다.


3) 보고서 스킬 향상

 실무자 입장에서는 보고서를 작성하는 역량이 향상될 수 있습니다. 사실, 적은 분량으로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는 보고서는 아무나 쉽게 작성할 수 없습니다.

 논리적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핵심 내용만을 간추려 전달하는 능력, 좁은 공간에서도 가시성 있게 보고서를 작성하는 능력, 적절한 어휘나 문장구성으로 효율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능력들이 있어야지만 이러한 보고서를 작성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보고서 작성에 대한 충분한 고민과 연습이 수반되어야 하는데요. 1페이지 보고서 작성을 위해 불필요한 내용을 덜어내고, 핵심내용만을 압축해서 구조화하는 과정을 통해서 보고서 작성 스킬이 크게 향상될 수 있습니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1페이지 보고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현실적으로 어려운 목표이긴 하지만, 간결한 보고, 신속한 의사결정 등을 위한 지향점으로는 충분히 의미 있는 슬로건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여러분께서도 보고서 작성 시에 최대한 핵심 내용만을 압축해 보시는 연습을 하신다면 더 좋은 보고서를 작성하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저 역시도 더 노력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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