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신입사원분들께 드리는 조언에 이어서, 오늘은 선배입장에서 어떤 후배와 같이 일하고 싶은지, 일을 잘하는 주니어라는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사실 저도 20~30년 이상의 경력을 쌓은 고연차 시니어는 아니기 때문에, 제한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겠지만 중간연차의 입장에서 그동안의 경험과 현재의 생각을 정리해 보는 차원에서 포스트를 작성합니다.
이 포스트를 보시는 선배님들께서도 공감되는 부분이 있으실 것이라 생각하고, 추가적인 의견은 댓글로 달아주시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1. 같이 일하고 싶은 일잘러 후배의 특징
사람의 성향이나 업무 스타일에 따라서 선호하는 후배들이 있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회사생활을 하다 보면 호불호가 갈리지 않고 여러 선배나 프로젝트, TF 등에서 공통적으로 탐내는 주니어가 눈에 보이게 됩니다. 주니어 입장에서 보면 서로 큰 차이가 없이 비슷해 보일 수 있는데, 어떤 차이로 인해서 선호되는 후배가 결정되는 것일까요?
담당하는 업무의 특성에 따라서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보편적으로 "얘는 일을 잘한다"라고 생각하게 하는 일잘러 후배들은 몇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되는데요.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대표적인 몇 가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1) 배경과 목적을 이해한다.
제가 생각하는 가장 큰 차이점은, '왜 하는지를 이해하고 있는가'입니다. 당연하게도 이 업무를 수행하는 목적을 이해하고 수행하는 것과 단순히 시키니까 하는 것은 진행하는 과정이나 결과물에 큰 차이를 만들어 냅니다.
예를 들어 상품에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기 위해 경쟁사 자료를 조사하는 경우에도, 단순히 경쟁사들이 가지고 있는 유사 기능들에 대한 이름, 특징, 서비스료 등을 리스트업 한 결과물과 경쟁사들이 기능들을 추가한 목적, 주요 타깃, 벤치마킹 인사이트를 포함하여 기능 추가에 대한 의견을 정리한 것은 엄청난 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왜 새로운 기능을 추가해야 하는지 배경과 목적을 이해한 상태여야지만, 내가 수행해야 하는 업무에서 무엇을 더 고민하고 살펴보아야 하는지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같이 업무를 진행하는 입장에서 같은 방향성을 가지고 일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물론 업무리더가 방향을 세우고 리딩해나가야 하겠지만, 이를 충분히 이해하고 받아들이면서 같은 방향을 볼 수 있는 후배라면 당연히 같이 일하고 싶어 지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배경과 목적이 명확하게 전달되지 않은 업무에 대해서도 스스로 배경과 목적을 설정하면서 업무를 진행한다면 100점 만점에 200점짜리 일잘러 후배라고 평가받을 수 있겠습니다.
2) 충분히 고민하면서 자신의 의견을 정리한다.
1번의 연장선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요. 상대적으로 작은 업무를 수행하면서도 스스로 고민하고, 질문하면서 자신의 의견을 정리하는 후배들이 있습니다. 이렇듯, 리딩하는 방향을 따라오면서도 자신의 의견을 정리해 가는 친구들은 다르게 보일 수밖에 없는 데요. 최선의 결과물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 많은 고민을 통해 만들어진 결과라는 믿음을 주기 때문입니다.
물론 주니어의 의견이 업무에 수용/반영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많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의견을 만들어 내는 과정에서 업무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스스로 가설을 세워가며 검증하고 논리를 보충하는 등의 충분한 고민을 했을 것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에, '업무에 정말 최선을 다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이러한 모습들을 보여주는 후배들에게는, 이 친구는 하나의 업무를 주더라도 스스로 생각하면서 올바른 방향으로 업무를 추진해 나갈 것이라는 기대감과 나와 다른 시각에서 보는 의견을 들어볼 수 있는 기회를 줄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하지만 무조건 의견을 내세운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것은 아닙니다. 논리적 근거가 부족한 상황에서 단순히 1차원적인 생각을 바탕으로 의견을 주장한다던지, 본인의 의견만이 맞다고 강조하거나,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고 업무에 불성실한 모습을 보여주는 등 너무 강한 에고(Ego)는 부정적인 평가를 받게 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하겠습니다.
3) 꼼꼼하고 놓치지 않는다.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업무의 납기와 품질을 지키는 것입니다. 그것이 업무담당자의 역할이자 책임이기 때문입니다.
담당자마다 하나의 일만 책임지고 있다면 당연히 잘 지켜질 수 있겠으나, 일반적으로는 한 사람이 여러 개의 업무를 동시다발적으로 병행하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자신만의 노하우로 업무와 일정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주니어들도 마찬가지로 동시에 여러 가지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처리해야 하는 모든 업무를 누락하지 않고, 품질을 지켜가며 납기안에 완료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중요한 역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나 리더나 선배들이 구두나 메신저 등으로 간단하게 지시한 소소한 업무들에 대해서도 챙겨놓고 있다가, 필요할 때 건네주는 후배라면 예뻐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꼼꼼하게 업무 하는 것도 중요한데요. 비즈니스에서는 숫자 하나, 오타 한 글자 등 정말 사소한 실수로 인하여 큰 이슈가 생길 수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검토하고 리뷰하는 과정들을 반복적으로 거치며 수정/보완하는데요.
리더 입장에서는 사소한 실수를 반복하는 후배에게는 업무를 맡기기가 부담스럽습니다. 결과물을 다시 한번 검토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발생하는 것은 물론이고, 만에 하나 큰 이슈가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아직은 경험이 부족한 주니어 입장에서는 실수가 발생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지만, 실수가 여러 번 반복되면 그것이 실력이라고 평가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직장인으로서 결과물의 품질에 신뢰도가 낮아지는 것만큼 나쁜 것은 없을 것입니다.
2. 태도가 일잘러를 만든다.
"Manner maketh man" 영화 킹스맨의 가장 유명한 대사입니다. 이를 활용하면 태도/애티튜드가 일잘러를, 사랑받는 후배를 만든다고 장담할 수 있습니다.
회사는 조직이고, 조직 내에서도 사람 간의 협업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인간관계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습니다. 선배들도 사람이기 때문에, 태도가 좋은 후배에 대해서는 좀 더 관대해지고 배려하게 되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태도, 애티튜드가 굉장히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인간관계를 잘 형성하고 아부하라는 의미가 아니라, 직장인으로서의 태도가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먼저, 업무적인 책임감이 중요합니다.
직장인은 돈을 받고 일하는 프로기 때문에, 그에 따른 책임감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업무에 성과를 내는 것이 책임일 텐데요. 단순히 일을 많이 하고 늦게까지 일을 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해당 업무의 오너로서 최상의 결과를 만들어 내겠다는 책임감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주니어에게 엄청난 성과를 기대하지 않기 때문에, 결과물 자체보다는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얼마큼 몰입하는지가 중요한 포인트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두 번째로는, 팔로우십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회사는 조직이고 각자의 R&R이 정해져 있습니다. 즉, 주니어에게도 요구되는 역할이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일반적으로 하나의 단위 업무를 수행하게 되면, 한 명의 리더와 여러 실무자가 참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요. 여기서 실무자는 결국 리더가 제시하는 방향을 실행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물론 하나의 팀이기 때문에 서로 협의하고 방향성을 맞추어 가겠지만, 서로 다른 사람들이 모인 만큼 이상적인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고는 합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최종적인 책임을 지는 리더를 보조하면서 조직의 구성원으로서 의견을 내되, 만약 나의 의견과 다르게 결정된 방향이라 하더라도 받아들이고 최선을 다해 업무를 수행하는 팔로우십이 필요한 것입니다.
이외에도 부드러운 커뮤니케이션 스킬이라던지, 밝은 성향, 예의범절 등 정말 다양한 요소들이 한 명의 직장인으로, 사람으로서 돋보이게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강조드리고 싶은 건, 업무적인 책임감을 가지고 내 업무에 몰입해서 치열하게 고민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후배건 선배이건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