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자로서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기획자는 무슨 역할을 하는 사람인지 또 기획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스스로 생각을 정리하면서 의견을 나눠보고자 "기획자 이야기"라는 테마를 가지고 포스트를 작성하려고 합니다.
먼저, 이번 포스트에서는 '기획'이라는 직무 또는 업무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나름대로 생각하는 기획에 대한 정의와 어떤 방식으로 일을 해야 하는지를 말씀드릴 생각인데요. 공감하시는 부분들도 있고 다르게 생각하시는 부분들도 있으시겠지만, 제가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공유드리는 것이니 "저 사람은 저렇게 생각하고 있구나" 정도로 받아드려 주시면 좋겠습니다.
회사는 다양한 직무를 가진 구성원들이 존재하고, 각 역할자가 협업을 하면서 기업활동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영업부터 개발, 연구, 딜리버리 또 이를 지원하는 인사, 재무, 구매 등 지원업무들까지 너무나도 많은 직무들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그중에서도, 명확히 직무를 정의하기 어렵지만 또 쉽게 사용하기도 하고 편하게 붙이는 직무가 바로 기획 직무입니다.
저도 기획자라는 역할을 가지고 수년째 업무를 수행하고 있기도 하고, 회사 내에도 수많은 기획자 분이 계시지만 "기획은 무슨 업무를 수행하는 직무이다"라고 명확하게 정의하기가 참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반면에, 앞서 말씀드린 영업, 개발, 연구, 영업, 구매 등 다른 직군들은 나름대로 명확하게 자신이 수행하는 업무 기능이 버티컬로 정의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기획은 이 모든 전체 과정을 아우르는 구조로 되어있어 업무범위가 정의되기 힘든 것 같습니다.
1. 기획이 대체 뭐야?
기획이라는 직무 또는 업무에 대해서 여러 가지 사전적인 정의도 있고, 다른 분들이 나름대로 정의하신 내용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포스트에서 제가 생각하는 기획 직무에 대해서만 다루겠습니다.
먼저 저는 기획이라는 업무는 아이디어를 실행할 수 있도록 구체화하는 업무라고 생각합니다. 몇 가지를 예를 들어 말씀드려 보자면,
상품기획은 실체가 없는 아이디어에서 시작해서 콘셉트를 구현하고 상품이라는 구체화된 실체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실행하는 직무입니다.
사업기획은 유망한 시장에서 포착한 기회를 바탕으로 어떤 사업을 수행할 것인지에 대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타깃시장과 고객, 어떤 방식으로 시장을 공략할 것인지 GTM전략과 로드맵이라는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직무입니다.
또한 전략기획도 마찬가지로 회사의 성장이나 지속적인 이익 창출을 위하여 무슨 경영활동을 수행하고 어떤 방식과 일정으로 진행할 것인지를 구체화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직무마다 결과로 발생하는 결과물은 다르지만 전체적인 업무의 과정이나, 방향성은 동일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아이디어를 실행할 수 있도록 구체화하고 실제 실행까지 수행하는 직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2. 그래서, 기획자는 무슨 일을 해야 한다는 거야?
앞에서 나름대로 정의를 하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가 명확하지는 않으실 겁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기획 직무라고 하더라도 그 대상에 따라서 여러 가지 기획으로 나뉘기 때문에 모든 것을 포괄해서 업무를 정리하기는 어렵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전략기획과 가까운 업무를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저의 경험을 바탕으로 제 생각을 말씀드릴 텐데요. 혹시나 다른 기획직무를 수행하시는 분들께서 추가적인 의견이 있으시다면 댓글을 통해 같이 이야기해 보면 좋겠습니다.
다시 돌아와서, 앞에서 제 나름대로 정의한 "아이디어를 실행할 수 있도록 구체화하고 실행하는 업무"라는 관점에서 살펴보자면, 여러 가지 세부업무로 또 쪼개볼 수가 있습니다.
1) 이니셔티브 도출
회사의 전략, 경영진의 방향성, 고객의 요구, 시장의 트렌드 등을 살펴보고 새로운 무엇인가를(상품, 사업, 전략, 업무 등 무엇이든 될 수 있음) 만들어야 하는 필요성과 컨셉추얼 한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혹자는 기획자라면 스스로 새로운 것을 찾고 고민해서 만들어내야 한다고 하지만.. 글쎄요.. 제 경험상 이런 일은 꿈만 같은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앞에서 말했던, 회사 방향이나 고객의 요구, 시장 트렌드들을 통해서 우리에게 필요한 무엇인가를 개념적으로 정의해서 그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첫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2) 방향성 수립
그다음 단계는, 방향성을 수립하는 단계입니다. 기획안의 초안을 작성하는 단계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니셔티브가 성공적으로 도출되었다면, 경영진들은 그 필요성에 대해서는 인식이 되었을 텐데요. 그렇다면 목적으로 하는 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또는 어떠한 상태로 변화하는 것인지를 명확히 설정하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무엇을 수행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보통 이 단계에서, 추진방향 보고를 진행하게 되는데요. 방향성 수립단계를 거쳐 도출되는 결과물을 아래와 표와 같이 정리해서 경영진의 승인을 받는 것입니다.
목차 | 내용 |
1. 추진배경 | 내외부 현황분석을 통해 도출된 이니셔티브를 설명 |
2. 추진방향 | 달성하고자하는 목표와 TOBE 이미지를 제시 |
3. 추진계획 |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수행할 과제 및 일정계획 |
3) 실행계획 수립
다음으로는, 정해진 방향성에 따라 전체적인 실행계획을 수립하는 단계입니다. 1단계에서 목적을 정하고, 2단계에서 목적에 이르는 방향을 설정했다면, 이번 단계에서는 목적지에 다다르는 방법을 준비하는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목적지에 다다르기 위해서 ① 무슨 활동들을 해야 하고 그 기대효과는 무엇인지, ② 누가 해야 하는 것인지, ③ 언제까지 무슨 마일스톤으로 진행할 것인지, ④ 단계별 목표는 무엇인지, ⑤ 전체적인 진척과 성과 관리는 어떻게 할 것인지를 정해야 하겠습니다.
기획안을 실행한다는 것은 개인 또는 단일 조직에서만 수행할 수 있는 업무가 아니기 때문에, 유관부서와의 협의가 중요하고 기획자의 역량이 잘 드러나는 부분일 텐데요. 실행계획 수립 시에도 각 과제단위로 수행주체를 결정하고 의견을 조율하는 단계가 필수적으로 발생하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실행계획 수립단계를 거쳐서 나온 결과물은 추진안 또는 실행 안이라는 이름으로 보고를 진행하는데요. 목차와 내용을 간략히 말씀드리겠습니다.
목차 | 내용 |
1. 추진과제 | 전체 과제리스트와 주요 내용, 수행부서 및 책임자를 명시 |
1-1. 과제별 상세 | 각 과제별로 현안과 목표, 개선 아이템과 일정 계획을 정의 |
2. 일정계획 | 전체 진행일정과 마일스톤을 정의 |
3. 관리방안 | 정기 회의체 운영안, 협업 방안 등 진척관리 방안을 수립, 예상 성과와 성과 관리방안 수립 |
4) 실행단계
수립된 기획안이 의사결정을 통해 착수에 다다르게 되면 실제 실행하는 단계에 접어듭니다. 기획자가 실행단계까지 직접 관리하지 않고 별도의 PM이 선정되어 진행되는 경우도 있지만, 성과관리 측면에서 지속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실행단계에서는 케이스 바이 케이스인 경우가 워낙 많아서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기획자는 결국 전체를 조율하는 관점에서 목표하고자 하는 방향대로 진행되고 있는 지를 모니터링해야 합니다. 특히나, 이 과정에서는 진행현황 보고 등을 통해 경영진과 지속적으로 의사소통 하면서 피드백을 받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3. 기획자라면..
기획자라고 하면 보고서를 작성하는 게 대부분의 일처럼 보이는 게 사실입니다. 저만 하더라도 대부분의 업무시간을 보고서 작성과 리뷰, 또는 유관부서와의 회의로 보내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결국, 기업이라는 집단에서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실행하기 위해서는 의사결정이 필요한 것이고, 의사결정을 위해서는 보고가 필요하기 때문에 기획자는 보고서를 작성하는 게 중요한 일인 것은 틀림없습니다.
따라서 기획자라면, 내/외부의 현황을 분석하여 정확한 현안을 도출해 내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법을 고민해야 합니다. 또한 의사결정자들이 정확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시장과 고객, 내부 업무들까지 전반적으로 두루두루 알고 있어야 하고 나름대로의 식견과 인사이트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또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협업을 통해 진행해야 하므로 커뮤니케이션 스킬도 중요한 덕목 중 하나입니다.
실체가 없는 일이라고 할 수 도 있고, 책임이 필요한 일이기도 합니다. 또한 기획안이 통과되지 않을 때의 좌절감이나 진행 중 이슈가 발생했을 때의 스트레스 또한 심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일임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내가 생각했던 아이디어들이 실현되고 무엇인가가 만들어지거나 변화하는 모습을 본다는 것은 그만큼의 보람을 주는 일이기 때문에 아직까지 저는 만족하면서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