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뮤직', '뮤직카우', '핀고'라는 업체를 들어보셨나요? 투자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께서는 이미 들어보셨을 업체겠지만, 일반적으로는 조금은 생소한 이름일 것입니다.
이들은 음원 IP(Intellectual Property)를 대상으로 투자를 진행하거나 중개하는 업체들인데요. 최근에는 토큰증권발행(STO:Security Token Offering) 시장과 결합하여 '조각투자' 방식이 등장하면서 더욱 관심을 받게 된 업체들입니다.
기존 산업과 새로운 기술의 결합이라는 관점에서 관심이 생겨 이것저것 조사해 보았는데요. 관련 내용들을 여러분들께 공유드릴 겸 음원 IP를 대상으로 하는 투자/금융상품들이 어떻게 생겨나게 된 것인지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1. 음악 산업의 변화와 음원 IP
1) 현대 음악산업의 시작
음악은 우리의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먼 옛날부터 여러 가지 목적에서 노래가 만들어지고 구전되어 왔고, 즐거우면 즐거운 대로 슬프면 슬픈 대로 음악을 통해 행복을 공유하고 슬픔을 위로하는 것이 인류의 역사였습니다.
하나의 산업으로서의 음악 역시도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긴 역사만큼이나 많은 변화와 굴곡이 있었는데요. 기술의 발전이 음악산업의 변화에 트리거가 되었다는 점이 꽤나 인상 깊었습니다.
음악 산업의 시작을 명확히 규정하기는 어렵습니다만, 넓은 범위로 보자면 15세기 중반 르네상스 음악시대부터 공연이나 악보를 상품으로 하는 음악 산업이 생겨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본격적인 현대 음악 산업으로 발전하게 된 것은 19세기 후반 토마스 에디슨이 '축음기'를 발명하면서 형성되었다고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축음기'가 발명되면서 음악을 녹음하고 재생할 수 있는 기초가 마련되었고, 이러한 기반아래에서 음반제작, 음반유통이라는 시장이 형성되었습니다. 이후 소리를 저장하는 기술이 점차 발전하게 되면서 음질의 향상, 보관 및 휴대가 용이해지게 되었고, 영상 기술은 발전으로 인해 음악시장이 꽃피게 되었습니다.
2) 처절한 암흑기의 시작
그러나, 지속적으로 성장하던 음악 산업 시장은 20세기에 들어서면서 큰 위기를 맞게 되는데요. 1999년을 기점으로 시장이 축소될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고, 2001년부터 2014년까지 매년 감소하는 처절한 암흑기를 맞이했습니다.
앞서 현대 음악산업이 꽃피운 것이 축음기와 저장매체(음반), 라디오와 방송 등의 기술의 발전이라고 말씀드렸는데요. 아이러니하게도 음악산업의 암흑기를 불러온 것도 기술의 발전이었습니다.
1997년에 MP3가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먼저 용량이 큰 음원파일의 용량을 최소한의 크기로 압축하는 방식으로서 MPEG-3 포맷이 공개가 되었고, MP3 파일을 재생할 수 있는 MP3 플레이어가 등장하게 된 것입니다.
MP3파일과 MP3플레이어는 빠르게 글로벌 시장에서 퍼져나가게 되었고, 음원들이 MP3파일로 압축되어 P2P(Peer-to-Peer) 방식으로 불법 공유되면서 음원 시장의 암흑기가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MP3 공유 P2P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의 냅스터(Napster)가 1999년에 오픈했고, 이후로 세계 각국에서 비슷한 사이트들이 생겼는데요. 우리나라에도 소리바다가 생기면서 MP3 공유가 활성화되었고, 음원 저작권에 대한 인식과 여러 가지 논란들이 시작된 시점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음악 시장 규모의 내리막길이 시작한 2001년에 세상에 등장한 제품이 하나 있는데요. 바로 이것입니다.
애플의 아이팟, 국내에서는 아이리버로 대표되는 MP3 플레이어들이 본격적으로 대중화되면서, CD로 판매되는 앨범들은 대중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판매량이 급감하게 됩니다.
3) 스트리밍 중심의 음악산업으로 재편
MP3 플레이어의 대중화에 따라서 음악산업은 많은 변화가 일어나게 되었습니다. 기존에는 하나의 앨범 단위로만 판매가 되었기 때문에 오프라인 레코드 가게들이 많았지만, 음원단위로 소비되게 되면서 스트리밍이라는 서비스가 메인이 되게 되었습니다.
스트리밍 중심으로 산업이 재편됨에 따라서, 소비자들이 더 쉽게 소비할 수 있게 되고 영화나 방송, 쇼츠 등에 많이 활용되면서 2차 수익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결론적으로는 스트리밍으로 인해 비즈니스 포트폴리오가 다양해지고 시장의 전체적인 파이가 증가했다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스트리밍 활성화로 인하여 음원 IP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물론 MP3 파일 불법 공유 등의 홍역을 겪으면서 저작권에 대한 문제 인식이라던지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오기는 했지만, 스트리밍 서비스의 구조적인 특징이 음원 IP에 대한 중요도를 높일 수 있었습니다.
과거 앨범 중심의 음악 산업에서는 앨범 전체의 판매액에 대해서만 저작권자들에게 배분이 가능하고, 히트곡이라고 더 많은 저작권료를 받기가 어려운 구조였습니다.
하지만, 스트리밍 서비스에서는 음원단위로 매출이 발생하고, 실적들을 데이터로 수치화하여 모니터링할 수 있기 때문에 좀 더 공정하고 정확하게 정산이 가능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음원 IP가 주목받게 된 것이고 최근에는 투자의 대상으로 까지 인식되고 있습니다.
2. 음원 IP 투자의 대상이 되다
1997년 영국 출신의 싱어송라이터인 '데이비드 보위'는 자신의 음반 25장과 음원 287개에 관한 저작권을 대상으로 총 5,500만 달러의 유동화 증권, 즉 ‘보위 본드’를 발행했습니다. 이것이 음원 IP를 금융상품으로 취급한 최초의 사례로 보고 있는데요.
이후 2000년대 초반 소수의 투자자들 사이에서만 다루어지던 음원 IP는 최근에 들어서 하나의 투자상품으로써 각광받고 있습니다. 2018년 설립된 영국의 힙노시스 송즈 펀드(Hipgnosis Songs Fund)는 설립 이후 15억 달러(약 2조 원) 이상을 투자해 샤키라, 저스틴 팀버레이크 등 유명가수의 6만여 곡의 저작권(IP)을 확보한 세계 최대 음악 저작권 펀드입니다. 수익률이 연 8~10% 수준으로 비교적 안정적이라, 월스트리트에서도 배당형 자산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렇듯 하나의 투자 상품으로 인식되기 위해서는 ① 거래 가능한 시장이 존재하고, 시장 내에서 가치가 측정되어야 한다, ② 시세 차익을 실현할 수 있어야 한다, ③ 배당 수익이 존재해야 한다는 조건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음원 IP는 장기간 권리가 유지될 뿐만 아니라, 스트리밍을 통해서 꾸준히 소비되기 때문에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One Source Multi Use의 특성을 가지고 있어 영화나 드라마, SNS 등 다양한 형태로 활용되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있습니다. 또한 최근에는 STO기술과 거래 플랫폼 등을 통해서 음원 IP 자체를 주식과 같이 거래할 수 있기도 하죠.
즉, 투자 상품으로써의 조건을 충족하면서도, 주식이나 채권과 같은 전통적인 투자자산에 비해서 거시 경제 상황과의 상관관계가 낮아 포트폴리오의 다양화를 위해서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음원 IP 투자에 대한 관심도가 증가하고 있으며, 이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기업들이 등장하며 시장을 개척하고 있습니다. 각각의 비즈니스 모델들은 차이가 존재하지만, 음원 IP를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수행한다는 점에서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비욘드뮤직'과 '뮤직카우', '핀고' 등이 있습니다.
음원 IP 투자는 아직 생소하다고 느끼시는 분들이 많이 계실 것입니다. 저 역시도 머리로는 이해하면서도, 아직은 쉽게 와닿지는 않는 영역입니다.
하지만 음악에 대한 소비는 점점 더 많이 이루어지게 될 것이고, 그에 따라 음원 IP의 가치는 점차 증가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되는데요. 앞으로 음원 IP 기반의 금융시장이 어떻게 형성되고 어느 방향으로 성장해 나갈지 귀추를 주목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